건조기나 제습기 제품 광고에서 히트펌프(Heat Pump)라는 단어는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국내에서 많은 비중은 아니지만, 겨울철에 에어컨을 난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히트펌프라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히트펌프(Heat Pump) 기술이 무엇인지, 히터(Heater) 방식 대비 좋은 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가진 기술의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히트펌프(Heat Pump)
일반적으로 펌프라고 한다면,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리는 장치를 말합니다. 열(Heat)도 자연법칙상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 쪽으로 가는 것이 정상이지만, 히트펌프는 온도가 낮은 곳에 있는 열을 온도가 높은 곳으로 옮기는 장치입니다. 압축기와 열교환기를 이용하여 열을 생성하지 않고 옮기게 되면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로 많은 열을 옮길 수 있습니다.
히트펌프 작동 방식
위 그림은 의류 건조기에서 히트 펌프 작동 방식을 설명한 그림입니다. 여기에서 히트펌프에 작동하는 부품은 4번에서 8번까지입니다. 작동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번은 건조기 드럼 내부로 모터가 통을 돌리면서, 옷감들이 공중으로 들어 올립니다. 옷감 사이로 더운 바람이 지나가면서 옷을 말립니다.
- 2번은 건조기에서 먼지를 거르는 필터 부분입니다.
- 3번은 공기가 흐르는 통로입니다. 여기는 옷에 높은 온도를 제공하고 습기를 빼앗아 왔기 때문에, 온도가 낮고 습도가 높은 상태입니다.
- 4번은 증발기라고 부르는 부품으로 온도가 낮습니다. 3번에서 들어온 저온 고습의 공기가 더 차가운 증발기를 만나서 공기 중의 습도를 응축시키고 물로 변환됩니다. 이렇게 하여 공기 중의 습도를 계속적으로 낮추는 것입니다.
- 6번은 압축기입니다. 증발기에서 들어온 냉매 가스의 부피에 변화를 주면, 냉매가스는 온도가 올라가고 고압 상태가 됩니다.
- 8번은 응축기(콘덴서)입니다. 압축기에서 온 뜨거운 냉매를 가지고 있습니다. 건조기 내부의 증발기에서 습도를 낮춘 공기를 응축기에서는 온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공기의 온도가 올라가면 상대 습도도 낮아집니다.
- 9번은 공기 통로 내부의 팬입니다. 8번에서 건조할 준비가 되어 있는 공기를 드럼까지 불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 10번은 고온 저습한 공기로 이제 옷감에 뜨거운 공기를 전달하고 습도를 뺏을 준비를 하고 드럼 내부로 불어집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4번에서 8번까지가 히트펌프이고, 냉매를 응축기로 보내지 않고 방향만 바꾸어서 증발기로 보낸다면 댁에서 사용하시는 냉장고, 에어컨과 동일하게 냉장(공조) 사이클로 작동합니다. 결국, 에어컨도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듯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부품은 동일하면서 냉매의 방향만 바꾸는 것입니다. 여름철은 공조 사이클, 겨울에는 히트펌프라고 이름 붙인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더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히터 대비 장점
히트펌프는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온도가 낮은 곳에서 열을 높은 곳으로 이동시켜 주는 장치입니다. 열을 이동시킬 때 동력은 반드시 필요하여 압축기란 장치를 씁니다. 하지만, 열을 바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냉매를 이용하여 열을 이동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열을 바로 만드는 히터 대비 전기를 적게 사용합니다.
히터는 전기 저항을 사용하여 열을 발생시키는 장치입니다. 사용한 전기와 발생한 열을 비교하는 지표가 있는데 바로 성능 계수 (COP, Coefficient of Performance)입니다. 성능 계수(COP)는 발생한 열을 사용한 전기로 나누는 개념인데, 100이라는 전기를 사용하여 열을 100 생성한다면 히터의 성능 계수는 1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히트펌프의 성능 계수는 전기는 100을 사용하였는데 전기는 열을 옮기는 데 관여한 장치로 발생한 열은 150 정도가 됩니다. 성능 계수는 1.5 정도라고 할 수 있으니, 히트펌프가 히터 대비 효율이 좋은 것입니다.
건조기에서 히터 방식보다 히트 펌프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전기요금이 적게 듭니다. 단, 히트 펌프 방식은 히터 대비 온도를 올리는 속도가 느려서 건조 시간은 상대적으로 더 길어집니다.
현재 가진 기술의 한계
위에서 히트 펌프는 낮은 온도에서 높은 쪽으로 열을 옮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히트 펌프에서는 온도차가 커지면 열을 옮기는 데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건조기를 사용하는데 여름에는 건조통 내부의 온도가 60도, 주변 온도는 25라고 하면 온도 차이가 35도가 됩니다. 겨울에는 건조통 내부의 온도가 동일하게 60도인데, 주변 온도가 0도이면 온도 차이가 60도가 됩니다. 온도 차이가 겨울철에 여름철보다 크기 때문에 전기 사용량도 많아지고 주변 온도가 낮아서, 드럼통 내부의 온도를 빨리 올리지 못하여 건조 시간도 늘어나게 됩니다. 이것이 히트 펌프가 가진 현재 기술의 한계입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온도가 낮아진 경우에 초기에 드럼통 내부의 온도를 올릴 때는 히터를 보조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기자동차에서도 히트 펌프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엔진이라는 것이 없어졌기 때문에, 기존에는 엔진의 버려지는 열을 이용하여 난방을 하였지만, 이제는 히트 펌프만을 사용하여 난방을 해야 합니다. 난방 효율이 안 좋을수록, 한정된 배터리만 소비하고 주행 거리가 짧아질 수 있습니다.
맺음말
건조기와 제습기의 핵심 기술인 히트펌프에 대하여, 작동 방식, 히터 대비 장점, 현재 가진 기술의 한계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겨울철에 건조기 시간이 길어지고 건조가 덜 되는 지에 대한 설명은 되었을 것이라 보입니다. 전기 자동차에서도 히트펌프 기술을 많이 연구하고 있으니 몇 년 안에 겨울철에도 건조가 아주 잘 되는 기술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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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및 문헌
1. 히트 펌프 작동 방식, https://www.energy.gov/eere/buildings/articles/heat-pump-clothes-dr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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